“참 쉽죠?” 밥 로스 아저씨의 이 말을 듣고 있으면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따라 하면 눈곱만큼도 비슷한 퀄리티가 안 나온다. 왜냐면 나는 밥 로스가 아니니까.

내가 쉽다고, 내가 할 수 있다고, 남들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계발서의 고질적 문제다. 내가 했으니 너희도 해보라는 거. 난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지만, 거기서 지식적으로 도움받은 건 거의 없다.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별로 관심 없다. 방법 알아봐야 어차피 나는 그들이 아니다.

그럼 무슨 목적으로 읽냐? 그저 영감 받는 정도로만 활용한다. 그들의 태도와 생각, 상황 대처 등에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한비자나 마키아벨리를 좋아한 건 그들의 관점이 매력 있어서지 나도 따라 하겠다는 건 아니다. 내겐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이 따로 있다.

자기계발서를 에세이 정도로 여기면 어떨까? 책에서 뭘 배우려 하지 말고 그냥 재미로 읽는 거다. 성공한 사람들이 세상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 엿보는 건 흥미로운 일 아닌가? 난 자기계발서에서 지식을 얻는 건 큰 의미 없고, 권태를 탈피하는 도구 정도로 활용하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정도만 가져가도 남는 장사 아닌가?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세상에 좋은 책도 많은데 한정된 시간에 왜 자기계발서 같은 걸 읽냐고. 난 이걸 일종의 충전 시간이라 생각한다.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같이 재밌는 책을 읽으면서 독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어렵고 읽기 피곤한 양서를 읽을 수 있달까.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선택이지만.

여백을 쓸모없는 공간이라 표현할 수 없듯 꼭 가치 있는 행동만으로 시간을 채워야 시간을 잘 쓴 게 아니다. 재미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도 있어야 중요한 순간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만약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오직 양서만 찾아 읽는다면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독서를 즐기기 어려울 것이다.

독서도 재밌는 책을 읽는 시간이 있어야 어려운 책도 읽을 에너지가 생긴다. 효율만을 위한 독서를 한다면 독서 습관 자체가 생기기 어렵다. 그래서 좋은 책만 읽는 효율성보단 그게 무엇이든 재밌는 책을 찾아 읽는 독서 습관이 더 중요하다. 내겐 자기계발서를 읽는 시간도 양서를 읽는 시간만큼 소중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