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취향이나 교양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다. 관심과 경험으로 사는 거다. 돈보다 노력이 훨씬 중요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걸 ‘문화자본’이라고 한다. 과거 귀족들이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을 무시한 건 그들 특유의 계급의식 때문만은 아니다. 졸부들에겐 문화자본이 없어서다.

돈 있다고 갑자기 옷 잘 입는 게 아니다. 옷을 잘 입는다는 건 비싼 걸 입는 게 아니라 자기 스타일과 의복에 대한 교양을 아는 거다. 어깨에 맞지 않는 재킷, 배꼽까지도 안 오는 넥타이, 너무 길거나 짧은 소매, 브레이크가 생기는 통 넓고 긴 바지. 돈 많아도 슈트 하나 제대로 못 입는 어르신들 많다. 젊을 때 문화자본을 쌓지 못해서다. 이런 사람들은 부자가 돼도 그 촌스러움을 버리지 못한다.

돈 많으면 여행도 다니고 뭐든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다. 여행은 늘 용기와 실행의 문제고, 부자가 됐다고 원래 그런 게 없던 사람이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 사실 부자가 될 만큼 책임 있는 위치에 오른 사람이 자유로운 경우는 거의 없다. 돈은 늘 책임과 의무를 따라다니니까. 책임감 있는 사람이 부자가 됐다고 갑자기 마음대로 살겠나? 세상에는 돈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이걸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모른다.

돈만 있으면 다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돈이 있어 본 적이 없다. 돈이 있어 봐야 비로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가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건 늦은 일이다. 돈으로 채울 수 없는 문화자본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쌓아야 한다.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문화자본 없이는 돈이 있어도 돈이 주는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