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돈은 어떻게 버는가?
장사는 돈 놓고 돈 먹기다.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돈 없으면 없는 대로 싼 것 적게 사다가 조금씩이라도 비싸게 팔면 된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물량과 종류를 늘려나가며 성장하면 된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만. 지금부터 설명하는 방법에서 내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결하는 방식에만 주목하자. 지엽적인 디테일은 따져볼 필요 없다.
남자라면 다 아는 곳이 있다. 논산 훈련소.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앞에서 온갖 장사판이 벌어진다. 대체로 그 지역 상인들은 한심한 수준의 물건을 가지고 와 판다. 군용 시계나 양말 같은 걸 파는데 군대 가는 군인 가족의 심리를 이용해 꽤 높은 마진을 남겨 먹는다. 대신 매일 입소하는 건 아니고 일주일에 두 번밖에 안 한다. 이 부분에 주목했다.
홍콩에 있는 벤더를 통해 군용 시계를 구했다. 방수도 되고 디자인도 좋은 제품을 개당 1,000원 가까운 금액에 사들였다. 처음 가격은 이보다 훨씬 비쌌지만, 협상 기술을 활용해 지독하게 깎았다. 이렇게 산 시계를 5,000원 정도에 팔아도 잘 팔렸겠지만, 그러면 시너지가 안 생기니 양말이나 깔창과 조합해 묶음으로 팔았다. 이러면 5배 이상 남길 수 있다.
물건 장사는 재고 관리가 핵심이다. 이 부분을 안전하게 해결하기 위해 정보 비대칭을 활용했다. 강변역 주변 도매 정보에 약한 리어카 상인에게 재고를 털어냈다. 남은 걸 인터넷에서 판매하면 더 많이 남길 수 있지만, 돈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다. 시간 확보를 위해 훈련소 앞에서 팔다 남은 물량은 돌아오는 길에 강변역 주변 리어카 상인에게 다 팔고 왔다.
돈 버는 건 원래 어렵다.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누가 최저 임금 받겠나. 여기서 눈여겨볼 건 이런 시도를 하는데 대단한 자본이나 재능이 필요한 게 아니란 점이다. 필요한 건 오직 실행력 하나였다. 뭐가 없는 사람에게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세상은 늘 어렵고 벽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잘 안 보이긴 해도 기회는 항상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