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형은 기억도 안 날 거다. 그냥 스치듯 했던 얘기니. 하는 사람은 별생각 없이 한 말도 듣는 이의 뇌리에 팍 꽂힐 때가 있다. 이런 건 시간이 오래 흘러도 어떤 영화 속 장면처럼 머릿속에 생생히 남는다. 처음 들을 땐 이렇게까지 오래 영향받을 줄 몰랐다. 하지만 인생 조언은 이렇게 불현듯 찾아온다.

1. ‘대충’이란 말 쓰지 마라
아주 어릴 때였다. 형이 내게 어떤 일을 다 마쳤는지 물어보길래 대충 마무리했다고 했다. 그러자 형이 말을 끊고 한마디 했다. “대충이란 말 쓰지 마라. 어떤 것도 대충 넘기지 마.” 10살도 안 된 꼬마한테 그런 말을 한 것도 웃기지만, 더 웃긴 건 내가 그 말을 진짜 평생 품고 있다는 거다. 물론 이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인 건 아니다. 난 대충 해도 되는 것과 아닌 걸 구분할 줄 안다.

2. 친한 사이일수록 밉보이지 마라
형과 절친하면서 나와도 친한 형님을 만나러 가는 자리였다. 서로 친한 사이기도 하고 별로 중요한 약속은 아니라 생각해 약간 늦장을 부리고 있었는데 형이 짜증 내듯 한마디 했다.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건 기본이야. 친한 사이일수록 밉보이는 행동 하지 마라.” 맞는 말이다. 작은 구멍에 댐 무너진다. 시간 약속을 아슬아슬하게 맞추는 안 좋은 습관이 있었는데 이 말 듣고 완전히 고쳤다.

3. 부자의 눈으로 세상을 봐라
창업하고 한동안 닥치는 대로 많은 일을 했지만, 돈은 딱히 남기지 못했다. 내가 하는 일은 가격이 정해져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다. 물론 시장의 시세라는 게 어느 정도 있다지만, 나이가 젊고 경력이 부족한 내가 많이 받는 건 무리라 생각해 저가 수주를 자주 하는 편이었다. 덕분에 열심히 일하고도 수입은 변변치 못했다. 그런 모습을 보던 형이 내게 다음 몇 가지를 조언했다.

1) 너는 참 전형적으로 돈 없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2) 너한테 서비스받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돈 있는 계층이다.
3)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곧 가치다. 싼 게 비지떡임을 명심해라.
4) 가치에 맞는 고객을 상대하려고 노력해라. 하위 비즈니스 모델은 따로 만들어라.
5) 너만의 특별함을 만드는 데 집중해라. 이걸 차별화할 수 없다면 평범한 노동자와 다름없다.

부자 상대로 아이한테 떡볶이 팔듯 영업하고 있었으니 힘들었던 셈이다. 영업 대상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맞출 수 없다면 애초에 사업을 말아야지 가격을 깎아서 유지할 일이 아니다. 물론 저런 말을 한 사람이나 들은 사람이 저것을 100% 다 지키고 사는 건 아니다. 그런 건 로봇이나 가능하다. 그래도 일하면서 어떤 순간이 오면 불현듯 떠오른다. 아마 살면서 계속 저 조언의 도움을 받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