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형은 기억도 안 날 거다. 그냥 스쳐 가듯 했던 얘기들이니. 하는 사람은 별생각 없이 한 말도 듣는 이의 뇌리에 팍 꽂힐 때가 있다. 그런 건 시간이 오래 흘러도 어떤 영화 속 장면처럼 머릿속에 생생히 남는다.

– ‘대충’이라는 표현 쓰지 마라
아주 어릴 때였다. 형이 내게 어떤 일을 다 마쳤는지 물어보길래 대충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형이 말을 끊고 한마디 했다. “상철아, 죽을 때까지 대충이라는 말을 쓰지 마라. 어떤 것도 대충하지 마.” 생각해 보니 10살도 안 된 꼬마한테 그런 말을 한 것도 웃기지만, 더 웃긴 건 내가 그 말을 진짜 평생 안 잊는다는 거다. 물론 이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난 대충할 것과 대충 안 할 것을 구분할 줄 알았으니까.

– 친한 사이일수록 밉보이지 마라
형과 절친하면서 나와도 친한 형님을 만나러 가는 자리였다. 서로 친한 사이기도 하고 별로 중요한 약속은 아니라 생각해 약간 늦장을 부리고 있었는데, 형이 짜증 내듯 한마디 했다.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건 기본이야. 친한 사이일수록 밉보이는 행동 하지 마라.” 맞는 말이다. 작은 구멍에 댐 무너진다. 그 전에는 시간 약속을 아슬아슬하게 맞추는 안 좋은 습관이 있었는데 그 뒤로는 완전히 고쳤다.

– 부자의 눈으로 세상을 봐라
사업을 시작하고 한동안 닥치는 대로 일을 받아서 했는데도 돈이 별로 안 남았다. 내가 하는 일은 가격이 정해져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부르는 게 가격이다. 물론 시장의 시세라는 게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난 나이도 젊고 경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해 주로 저가에 일을 수주하는 편이었다. 열심히 일하고도 수입은 변변치 못했다. 그런 모습을 보던 형이 내게 한마디 했다.

1) 너는 참 전형적으로 돈 없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2) 너한테 서비스받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돈이 좀 있는 사람이다.
3)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곧 가치다. 싼 게 비지떡임을 명심해라.
4) 너 가치에 맞는 손님만을 상대하려고 노력해라. 정 아쉬우면 하위 비즈니스 모델은 따로 만들어라.
5) 너만의 특별함을 만드는 데 집중해라. 이걸 차별화할 수 없다면 결국 너도 임금노동자와 다름없다.

부자들 상대로 아이들한테 떡볶이 팔듯 영업하고 있었으니 힘들었던 셈이다. 영업 대상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맞출 수 없다면 사업을 하지 말아야지 가격을 깎아서 유지할 일이 아니다.

물론 저런 말을 한 사람이나 들은 사람이나 저것들을 100%로 다 지키고 사는 건 아니다. 그런 건 로봇이나 가능하다. 그래도 일하면서 어떤 순간이 오면 저런 조언이 불현듯 떠오른다. 아마 살면서 나는 계속 저 조언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성인이 된 후 들었던 충고는 그렇게 신선한 건 아니었는데, 아주 어렸을 때 들었던 충고는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다. 나보다 고작 3살 많으면서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저런 식으로 말했을까. 어머니는 애늙은이만 둘을 키웠다고 심심해하시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