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늙을 수 있는 게 축복인 이유
20대의 건강과 외모로 평생을 살다가 죽을 수 있다면 삶의 대다수 고민이 사라진다. 하지만 노화는 인간을 서서히 망가뜨린다. 육체는 아프고 정신은 낡고. 노화는 만병의 근원이다. 의학으로 노화를 영원히 막을 수 있다면 종교의 권위는 추락할 거다.
인간 자체가 신의 위치에 오른 셈이니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신을 더는 믿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수준의 의학 기술에 도달하는 건 요원한 일이라 아직은 망상일 뿐이다. 그런 게 실제로 구현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영원한 삶은 얼마나 지루할까?
심지어 망각조차 없다면 그 많은 걸 기억하고 사는 뇌가 불쌍할 지경이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몸은 생각보다 빨리 늙고 그래서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변한다. 노화는 없어선 안 되는 기능인 셈이다. 늙을 수 있는 건 우리에겐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