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가 운명을 사랑하는 이유
회사의 첫 히트 상품이 몇 달만 늦게 터졌어도 내 사업은 진작 망했을 거다. 당시에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 월급을 내가 프리랜서 생활하며 번 돈으로 주고 있었다. 3일간 안 자고 PT를 한 적이 있을 만큼 극한으로 일했고 평생 망가질 건강을 그 기간에 다 경험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걸 버틴 체력이 있었던 게 신기할 정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을 연 단위로 경험하면 멘탈 잡기도 어렵다. 강연이고 컨설팅이고 돈 되는 건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다 하던 시절인데 정말 포기하기 직전에 대박이 터졌다. 왜 그렇게 잘 팔렸는진 나도 모른다. 원래 복잡계에서 대박은 여러 복합적 요소가 합쳐져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단순히 실력이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대다수 자영업자는 나처럼 버티다가 운이 안 따라서 망하고 나는 운이 좋아서 기사회생했다. 대박이 터질 때까지 버틴 건 내 의지이지만, 그 결과는 실력과 무관하다. 인생의 상방과 하방이 그런 식으로 결정되는 걸 경험한 후론 많은 걸 내려놓고 살 수 있었다. 잘 돼도 내 실력이 아니고 안 돼도 내 잘못이 아니다. 내 운명은 내가 바꿀 영역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