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틀린 걸 지적하지 않는 게 현명한 이유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 중엔 틀린 게 적지 않고 그걸 깨는 건 꽤 어렵다. 스스로 맞는 지식이라 믿으면 그렇게 굳어진 편견은 다양한 방법과 근거로 증명해도 믿음의 영역이라 쉽게 안 바뀐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뭐라 하는지 아는가? 그런 건 전부 조작된 사진이라고 한다.
할머니는 비닐봉지를 냉장고에 보관했는데 내가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습기 차서 관리가 어렵다고 했지만, 뭐든 냉장고에 넣어야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그 믿음은 절대 안 바꾸시더라. 믿음의 영역에선 지식보다 믿음이 중요하기에 남이 뭐라 하던 자기 뜻대로 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종교엔 과학이 필요 없다.
예전엔 틀린 걸 발견하면 옳거나 더 나은 게 뭔지 알려줬다.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없더라. 어떤 의미에선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진실에 눈 뜨게 하는 것이니 불쾌감만 남는다. 빨간약은 자기가 원할 때만 먹는 거다. 무엇보다 뭔가를 제대로 아는 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게 빡빡하게 살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