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냥 산다. 살아있으니 사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부차적이다. 인간의 삶이 대자연과 역사 앞에서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깨닫게 되면 두 길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허무주의로 가거나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 떠나거나. 모든 건 언젠가 사라질 것이고 그래서 지금 하는 게 다 의미 없을 수 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산다.

소신대로 살기로 마음먹은 건 내가 죽은 후 나를 떠올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아서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죽으면 존재감이 흔적조차 안 남는다. 하물며 소시민의 삶이 뭐 그리 대단하고 특별한 가치가 있겠나. 남 눈치 안 보고 그냥 되는대로 사는 이유 중 하나다. 남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있어도 오래 안 간다.

눈치는 안 보는데 예의는 차린다. 남에게 피해 안 주려는 마음이 강하다 보니 제약이 생기는 부분이 많다. 앞으론 그런 걸 줄여 보고 싶다. 상대를 일부러 불쾌하게 만들 생각은 없지만, 뭘 시도할 때마다 사소한 걸 일일이 따지진 않겠다. 지나 놓고 보니 소심하게 군 일만 미련이 남는다. 소신대로 살기 위한 마지막 도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