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도 매일 리뷰를 한 편씩 쓰라고 하면 오래 못 버틴다. 영화 감상을 즐기는 것과 그걸 평론가의 관점에서 콘텐츠로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영역이다. 십수 년째 그런 일을 하다 보니 읽은 책과 본 영화의 숫자가 정말 많다. 웬만한 일반인은 내가 모르는 작품명을 댈 수도 없을 정도다.

일이 즐겁지 않냐면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하는 일도 계속 반복하면 종종 답답하다. 가끔 궁금하다. 뮤지션은 음악이 안 지겨운지. 예체능 쪽은 적성에 맞고 사랑해야 고르는 직업이라 다들 그걸 마냥 즐기는 줄 안다. 하지만 직업은 직업일 뿐이다. 그래서 흥미에 너무 목매지 말라고 하는 거다.

한 직업만 평생 하기엔 수명이 너무 긴 시대다. 10년이나 20년 후에 할 일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한 분야의 장인이 존경받는 건 그 오랜 세월을 버텨낸 인내와 노력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살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인생의 어떤 시기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값진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