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여유가 없었고 지금은 의욕이 없다. 한창 새롭고 재밌는 걸 하고 싶던 시기엔 먹고살기 바빠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청춘을 그런 식으로 쓰고 싶진 않았으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그때 못한 걸 다 할 수 있지만, 굳이 하지 않는다.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아서다.

모든 선택은 트레이드오프라고 생각한다. 연애하면 다른 것에서 얻을 수 없는 설렘과 행복이 있지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여행에서 얻는 휴식과 감흥은 특별하지만, 자기계발 시간을 다 쏟아야 한다. 뭔가를 고르면 다른 걸 포기해야 한다. 가진 게 많아질수록 매사가 점점 시시해진다.

어릴 때만큼 도파민 분비가 안 되는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신의 섭리일 뿐. 변화에 순응하되 그 안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계속 만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자신만의 의미를 찾는 게 나를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