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인연은 다 하늘의 뜻으로 여긴다. 그렇다고 아무 노력도 안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할 만큼 했는데 안 풀리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뭐든 열심히 하지만 포기가 빠른 것도 이런 운명론적 세계관을 가진 탓이 크다. 지나 놓고 보니 좋은 인연은 내가 찾아서 만난 게 아니고 그냥 파랑새 같은 존재였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삶 전체에서 대다수 영역이 내 노력과 관계없음을 처음 깨달았을 땐 허무함이 컸다. 나는 노력의 가치를 크게 보는 사람인데 세상만사가 우연히 결정되는 것이라니. 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 야속함을 느낀다.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그래도 이 마음을 나를 격려할 때 쓰니 나쁘지 않다. 내가 모든 걸 잘못해 안 됐다고 생각하면 좌절감이 클 텐데 어쩌다 보니 그런 것뿐이라고 여기니 다음 기회를 잡는 데 더 노력하게 된다. 지나간 건 잊고 새로운 것에 집중하는 게 내 운을 활용하는 최선의 전략이다. 그러려면 더 가볍게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