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서 임금체불을 당했다. 3개월 치 임금을 못 받고 나갔는데 1년 넘게 소송해서 지연 이자까지 550 정도 받아냈던 것 같다. 소송에 쓴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다. 하지만 그 돈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 그건 단순히 추심 문제가 아니라 내 자존심과 신념을 건 승부였다.

임금 몇 달 못 받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조롱당한 느낌을 안고 사는 건 참을 수 없다. 업주는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했고 비슷한 사례가 계속 있었지만, 근로자 누구도 소송해서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기엔 받아낼 돈이 적고 그 과정이 너무 피곤하고 귀찮으니까. 그러다 나 같은 독종을 만나서 그 운을 다한 셈이다.

소송에서 이긴 후 다른 사람 소송도 도와서 결국 그 사업주를 학교로 보내는 데 일조했다. 이런 오지랖과 일련의 과정이 어떤 이들에겐 미련하게 보이겠지만, 나는 이게 합리적이라고 믿는다. 자존심 버리고 내 신념을 지키지 않고 얻는 이득은 그게 뭐든 원치 않는다. 내 자존심은 내 영혼이고 그걸 잃는다면 살아갈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