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상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라
식사는 어떤 가격이 나와도 잘 사주는데 돈은 단돈 100원도 안 빌려준다. 나는 내가 돈을 빌려주면 상대방을 망친다고 믿기에 절대 빌려주지 않는데 빌려줘서 좋게 끝난 적이 없다.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니 처세도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돈은 무조건 금융권에서 빌려야 한다고 본다.
개그맨 이수근이 방송에서 연락처를 2천 개 넘게 지우고 100개 정도만 남겼다고 한다. 그동안 돈을 조금씩 빌려줬는데 갚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그러면서 좀 빌려주고 안 갚으면 관계를 끊으면 된다는데 나는 그 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애초에 상대를 시험에 들게 하면 안 된다.
자기 신념대로 신의를 지키고 사는 이는 원래 흔치 않다. 그런 사람이 없기에 특별한 거다. 나약한 마음을 가진 게 보통의 인간인데 그들을 왜 시험하나. 의지대로 사는 사람이 많았다면 다이어트 산업은 커지지도 않았다. 의지보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는 건 다 그런 맥락에서 하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