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케이스를 쓰지 않는다. 폰 디자인에 엄청난 개발비가 들어갔는데 그걸 싸구려 케이스로 가릴 수 없다. 무엇보다 어떤 물건이든 그 정도로 아낄 수준이면 나와 어울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가의 명품 의류를 사놓고 거의 입지 않는 걸 몇 차례 경험하면서 나에게 맞지 않는 소비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어떤 상품이든 그걸 너무 애지중지하면 본말이 전도된다. 살 땐 그걸 활용하려는 목적이 있는 건데 모셔두고만 있으면 산 의미가 퇴색된다. 내 관점에선 얼마를 주고 샀든 제대로 쓰지 않으면 전부 실패한 소비다. 그래서 비싸게 산 물건일수록 많이 쓰려고 노력한다. 망가지면 하나 더 산다는 느낌으로 열심히 쓴다.

소비 한계선도 비슷한 맥락에서 정한다. 내 기준에서 옷은 모르는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내 옷에 묻혀도 화나지 않는 수준 내에서 사야 한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는 안 하게 되더라. 마음의 여유를 유지하려면 나를 긴장시키는 걸 줄여야 한다. 그게 물건이어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