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친구나 지인 집에 놀러 가도 잠은 호텔에서 잔다. 주위에 법조인이 여럿 있지만, 법률 자문이 필요하면 유료 서비스를 쓴다. 의사 친구도 있지만, 병에 관해선 묻지 않는다. 늘 그렇듯 제대로 비용을 내고 정식 서비스를 쓰는 원칙을 고수한다. 나에게 가장 듣기 어려운 말은 뭔가를 부탁받는 거다. 대부분 평생 경험하기 어렵다.

공짜가 가장 비싸다. 돈 안 내고 혜택을 받으면 그 비용이 다른 것에서 차감된다. 작게는 마음의 빚에서 크게는 평판까지. 남에게 무료로 부탁하는 건 뭐가 됐든 자신의 자산을 알게 모르게 깎아 먹는다. 난 이 부분에서 결벽에 가까운 면이 있어서 사소한 선물조차 안 받는다. 특별한 호감이 있는 상대가 아니면 호의도 함부로 받지 않는다.

돈 써서 해결하는 게 가장 싸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지인 말고 가장 잘하고 믿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내가 아프면 의사인 친구 말고 그 분야 최고 권위자를 찾아갈 거다. 남에게 신세 지고 그걸 제대로 갚지 않는 행동이 쌓이면 비루한 마인드의 근원이 된다. 누가 뭐래도 내 자존심과 이름값이 제일 비싼 인생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