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서 생긴 변화 중 하나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인정하는 게 가능해진 거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이 수없이 많은 세상에 사는데 모든 걸 이성적으로 평가할 필욘 없다. 뭘 몰라서 그러면 모르는구나 싶고 더 안다고 그 사람에게 좋은 게 뭐가 있을까 싶다.

세상은 복잡계라 최고의 지성을 가진 사람도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게 바로 인간의 한계다. 자연의 관점에서 우리는 한낱 미물일 뿐인데 뭘 그리 안다고 계속 싸우나 싶다. 논쟁은 현타가 와서 내려놓은 지 오래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생각 자체에 크게 관심 두지 않는다.

내가 아는 건 내 작은 세계관 속에서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지식이고 그 유통기한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세상엔 정답은 없고 그때그때 필요한 선택만 있다. 이런 관점이 생긴 후론 어떤 다른 의견도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