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에 사무실 유리창 하나가 박살 났다. 바람이 유난히도 심하게 불었던 날인데 창문 하나가 고정이 안 돼 있었는지 갑자기 열리면서 기둥을 박고 깨졌다. 한 장에 100만 원 넘는 유리 가격도 문제이지만, 밑에 지나가던 행인이 유리에 맞았다면 내 인생은 그때 끝장났을 거다.

사고 이후 관련 보험이 뭐가 있나 알아봤던 기억이 있다. 유리가 깨진 건 불행이지만, 아무도 안 다친 건 큰 행운이다. 왠지 내가 살아온 길을 닮아 있어서 실소가 터졌다. 일이 참 자주 꼬이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최악은 아닌 정도의 삶. 살면서 이상하게 안 풀렸던 사건과 사고가 적지 않다.

그때마다 그래도 최악은 아니었음에 늘 감사해했는데 그런 태도로 살다 보니 가끔은 행운도 오더라. 인생은 원래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이것만 인정하고 살아도 삶의 많은 고통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잘 되면 고마운 일이고 안 되면 당연한 일이다. 되는 일이 특별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