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 나에게도 특유의 우울한 정서가 있다. 여러 명을 만날 땐 내 이런 우울함이 나쁜 영향을 주지 않게 항상 텐션을 높여 놓는다. 영업을 뛰던 시절 습성이 남아서 아직도 서비스 마인드가 기본 장착이다. 덕분에 모임 같은 걸 하고 나면 피로감을 크게 느끼는 편이다. 만나는 인원이 적을수록 가장 내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아서 항상 혼자 있는 걸 선호한다. 어머니께선 나는 무인도에서도 잘 살 놈이라고 하셨다. 난 이런 성향이 내 직업 특성에 잘 맞아서 좋다. 조용히 책 읽고 영화를 보고 콘텐츠를 만들고. 누구의 도움 없이 그저 스스로 모래성을 쌓았다가 부쉈다가 다시 올린다. 근데 그게 질리지 않는다. 천직이 아닐 수 없다.

영업을 그만두면서 결심하길 나를 속이며 살지 않기로 했다. 최대한 타고난 그대로의 성향을 살려 내 욕망에 솔직하고 그게 뭐든 인정하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직은 뜻대로 살진 못한다. 속세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묵묵히 하나씩 이루다 보면 어느새 완벽한 자연인의 길을 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그 과정의 어디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