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놓고 보니 시간 낭비 같은 건 없었다. 예전엔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면 하루를 날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열심히 살 수 있는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 됐다. 어떤 시간이 낭비인지 아닌지는 남이 평가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괜찮으면 괜찮은 거다.

이런 주관이 생긴 이후론 그리 독하게 살지 않는다. 특별한 성취 없이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도 나에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 어떤 의미에선 그렇게 보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정말 한심하게 보냈다고 자책한 시간조차 지금은 추억이고 좋은 경험이다.

바쁘게 사는 게 싫다. 내가 그런 걸 싫어하니 시간이 항상 부족한 사람은 알아서 피하게 된다. 매일 정신없게 사는 사람의 시간을 뺏으면 왠지 죄책감이 든다. 라이프스타일이나 추구하는 가치관이 크게 다르면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다. 좋은 사람도 나와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