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같은 수준의 경쟁자와 낮은 확률을 놓고 경쟁하는 건 생각보다 위험한 선택이다. 가령 여러 종류의 고시 같은 것. 경쟁률이 3:1이어도 나머지 둘이 본인 수준 이상이면 평생 안 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은 오히려 경쟁률 수십 대 일이어도 9급 공무원 시험 보는 게 더 현명한 도전이다.

조선 시대 과거 시험은 경쟁률이 2000:1 정도 됐다고 한다. 정약용 수준의 인재가 아니라면 도전 자체가 무모한 게임이다. 이런 경쟁은 항상 자기가 어느 급인지 파악하는 자기 객관화가 중요한데 이게 안 되면 엉뚱한 리그에 가서 어려운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러면 평생 열패감에 시달린다.

축구 빅리그 출신 스타플레이어들이 은퇴할 무렵에 중동이나 중국에 가서 활동하는 건 현명한 전략이다. 넉넉하게 은퇴 자금도 챙기고 떨어진 기량으로 리그에서 너무 시달리지도 않으며 명예롭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다. 어느 판에서 어떤 방식의 게임을 할지 고르는 건 인생을 바꾸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