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시절엔 파견 근무를 종종 나갔다. 집에서 일하다가 처리할 게 많아지면 클라이언트 사무실에 상주해 일하곤 했다. 사무실 환경이 나빠서 주위에 상습으로 쓰레기가 쌓이던 곳이 있었는데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길래 내가 해결해 준 적이 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땐 조잡한 글씨로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경고장을 붙여놓은 게 전부였다.

근처를 깨끗이 치우고 경고장 같은 것도 다 땠다. 대신 밝은 조명을 설치해 음침한 기운을 없애버렸다. 그랬더니 정말로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문제 해결에 쓴 돈은 몇만 원도 안 된다. 사실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이 경고장 같은 걸 볼 리가 있겠나. 그 정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면 애초에 버리지도 않는다. 그냥 본능대로 사는 거다.

항상 무의식 영역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밝고 깨끗한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때문에 그런 곳에선 무단 투기를 하기 어렵다. 말로 설득하기보단 나쁜 행동이 불편한 환경을 유도한 셈이다. 의식적인 노력보단 환경 변화를 통한 넛지 효과를 활용하는 편이다. 무의식이 원하지 않는 변화는 어떤 것도 자리 잡기 어려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