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재즈에 심취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재즈를 좋아하지만, 그땐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나를 재즈의 세계로 인도한 뮤지션은 에디 히긴스인데 스탠다드 재즈를 듣기 편한 멜로디로 안정감 있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다. 흔할 것 같지만, 막상 찾아보면 찾기 어려운 그런 스타일이다.

에디 히긴스는 말년에 한국에 자주 방문했다. 그의 공연은 언제든 갈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공연에 가고 싶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계속 미뤘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워낙 고령인 분이라 건강이 언제 어떻게 나빠져도 이상할 게 없는데 방심했다. 그렇게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영원히 볼 수 없게 됐다.

그때 크게 배운 게 하나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미루면 평생 못 볼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 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극단적 실행 주의자로 바꿔준 큰 계기다. 지금 아니어도 다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대체로 착각이다. 좋은 기회는 내 게으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