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야기
영화 ‘빅쇼트’는 주연 배우들의 화려함만 보고 영화를 찾은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수 있는 영화다. 전개가 빠르고 어렵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에 앞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어떤 것인지 정도는 알고 보면 좋다. 사실 평소에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하는 사람도 말로는 제대로 설명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칼럼을 통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풀어 보고자 한다.
이젠 먼 과거가 됐지만, 2008년에 세계 경제에 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모기지란 단어가 왠지 우리말 같지만, 영어 단어로 ‘mortgage’이다. 여기서는 ‘주택 담보 대출’을 의미한다. 그러면 그 앞에 붙은 서브프라임은 무슨 뜻이냐면 쉽게 말해 ‘신용이 안 좋은 사람’을 의미한다. 합치면 무슨 뜻이 될까? ‘신용이 좋지 못한 사람에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한다’라는 의미가 된다.
신용 사회에서 신용이 안 좋은 사람에게 대출해준다니 이것의 정체는 뭘까? 이 무렵 미국에선 경기가 좋아져도 금리를 계속 낮췄는데 금리가 낮다 보니 대출 상품이 많아졌다. 1억짜리 집을 사면 1억 대출도 해줬다. 은행은 이게 별로 부담되지 않았다. 부동산 상승기라 1억 대출해줘도 어차피 집값은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가장 안전한 자산 중 하나이므로 은행에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영화에 잠깐 스쳐 지나가는데 ‘NINJA’라는 용어가 있다. ‘No Income, No Job, No Asset’의 줄임말인데 소득도 집도 자산도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줬다는 말이다. 부동산이 오르고 금리가 낮을 때는 돈을 이렇게 무분별하게 뿌려대도 사회가 유지된다. 하지만 경기가 과열되면 계속 저금리를 유지할 수 없다.
모든 물건엔 석유가 들어간다. 경기가 좋아 소비가 많아지면 기름값도 상승하는데 기름값이 오르면 물가가 폭등할 수 있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심각해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그 상황을 버틸 수 없다. 빚을 갚기 위해 부동산을 내놓는 사람이 많아지면 연쇄적으로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이것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 한다.
1억짜리 집인 줄 알고 1억을 대출해 줬는데 집값이 계속 내려가면 집이 팔리지 않는다. 은행들은 원금 회수를 할 수 없고 팔려도 집값이 낮아 큰 손해를 본다. 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다 보니 은행들은 망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대형 은행조차 망하게 생겨서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통해 일부 국유화했다. 초대형 금융사가 망하면 자본주의 시장 자체가 붕괴할 수 있어 내놓은 대책이었다.
물론 망하게 내버려 둔 곳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리먼 브라더스가 있다. 우리는 이걸 ‘리먼 브라더스 사태’라고 부른다. 이와 관련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찰스 퍼거슨 감독의 영화 ‘인사이드 잡’을 보는 것도 괜찮다. ‘빅쇼트’가 오락 영화로서의 구성과 흥미에 더 초점을 뒀다면 ‘인사이드 잡’은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스타일 영화로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