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미래가 없다는 식의 청년 불행론은 좀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다.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고의 시기는 항상 현재다. 지금이 가장 풍족하고 돈 벌 기회는 열려 있고 기술 발전은 눈부시다. 젊음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언젠가 독서 모임을 하다가 나보다 9살 어린 독서 모임 파트너에게 물어봤다. 지금 내가 가진 거 다 줄 테니까 내 나이랑 바꿀 수 있냐고. 아니라고 하더라.

나도 내 나이가 10년 늙는 대신에 얼마를 준다고 해도 그럴 마음은 전혀 없다. 젊음의 가치란 그렇게 특별한 거다. 저성장 시대에 산다고 청년으로 사는 게 그렇게 희망이 없고 불행한가. 어른들이 속된 말로 나이가 깡패라고 하는 이유는 살아보니까 진짜 그래서 그렇다. 물론 나는 내 20대 시절로 다시 돌아가 살긴 싫다. 이미 20대는 열심히 살아봐서 같은 걸 반복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나보다 늙은 사람 중에 부러운 사람은 없다. 존경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그 나이가 되고 싶진 않다. 젊음이란 그런 거다. 가격을 매길 수 없게 특별하다. 그걸 가지고 있을 땐 그 가치를 몰라서 문제일 뿐. 건강하기만 하다면 젊음은 그 자체로 최고의 무기다. 사는 건 원래 괴롭다. 시대 불문하고 편하게 사는 계층은 항상 소수였다. 요즘 청년 세대만 유난히 더 힘든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