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근무 기간 내내 도서관에 다녔다. 사서들이 정체를 궁금해할 만큼 퇴근하면 매일 도서관에서 살았다. 딱히 할 일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그 시대엔 지금처럼 소셜미디어나 유튜브가 발달하지 않았다. 인터넷 해봐야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보는 정도였는데 그마저도 잠깐이었다.

그러니 책을 적게 읽을 수 있나. 관심 분야 책은 거의 다 읽었던 것 같고 그때 아마 비약적으로 문장력이나 독해 능력의 상승이 있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책 읽는 속도가 남보다 월등히 빠르고 독해가 정확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도기 세대의 혜택 아닌 혜택이었다.

요즘 청소년들의 낮은 문해력이 사회 화두다. 방송사에서 이런저런 관련 실험을 하는 걸 보니 교과서나 제대로 읽을 수 있나 싶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교과서 독해도 어려워한단다. 이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자 미래다. 디지털이 기본값인 애들에게 책 같은 아날로그 매체는 매력이 없다.

머니맨 운영하면서 종종 받았던 메시지 중 하나가 본인은 긴 글 거의 안 읽는데 유일하게 읽는 게 머니맨이라는 식의 칭찬이었다. 고마운 말이긴 하지만 나는 긴 글을 올린 적이 초창기 말고는 없다. 그들에겐 500자만 넘어도 긴 글인 셈이다. 이제 영상 콘텐츠 못 만드는 미디어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