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공부에 때가 없다고 생각했다.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환갑을 넘어서도 언제든 배울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달라지고 특정 영역에선 효율이 확연히 떨어진다.

게임만 해도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전성기를 구가하는 프로게이머가 거의 없다. 스포츠 분야도 대부분 그렇고. 체력 이전에 순발력이 중요한 영역은 나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식 분야로 넘어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공계는 대다수가 젊을 때 탁월한 논문을 쓴다.

나도 겨우 30대 중반이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다른 무엇보다 집중력 떨어지는 게 크다. 요즘은 영화 한 편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다. 어릴 땐 온종일 게임이 가능했지만, 요즘은 1~2시간만 해도 지친다. 밤새워서 노는 건 상상도 못 한다. 주말엔 쉬어야 피로가 풀린다.

자기 관리가 부족해서 하는 변명이라 볼 수 있지만, 내가 특별히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라 노화가 원래 그렇다는 거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악착같이 배우라는 말을 너무 고깝게 듣지 않았으면 한다. 배움엔 때가 없지만, 최적의 시기는 따로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몇 배는 더 고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