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184인 내 친구는 자신의 큰 키에 감사함이 전혀 없다. 그냥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진 것이라 키가 커지기 위한 노력 자체가 거의 없었다. 내가 부모님께 큰절이라도 하라고 하니 본인은 큰 키는 필요 없고 나처럼 말이나 잘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한다. 물론 나도 내 언어 능력에 감사함이 딱히 없다. 특별히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니까.

다들 타고난 것엔 별로 고마움을 못 느낀다. 외모든 능력이든 다 마찬가지다. 심지어 부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도 정작 당사자는 큰 감흥이 없다. 특별한 행운을 누리는 게 아니라 당연한 것에 가까우니까. 어떤 계층에서 태어나서 성장하는지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은 기준 차이가 크다. 서로 상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은커녕 짐작조차 못 한다.

많은 걸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하나도 제대로 못 가진 이들은 그 정도에도 만족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친구가 필요 없다고 한 그 큰 키는 다른 작은 친구가 전 재산을 줘서라도 가지고 싶어 하는 거였다. 세상엔 이런 아이러니가 차고 넘친다. 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건 정신승리가 아니라 진짜 그렇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