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긴 인간관계를 지향한다. 무소식을 희소식으로 여기며 살다가 가끔 봐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로 남고 싶다. 1년에 한두 번만 만나도 그것이 불편하지 않은 그런 관계로 오래 지내고 싶다. 서로 너무 가까우면 부담스럽고 너무 멀어지면 끊어지기 쉽다.

어릴 땐 이 거리감 유지가 어려워서 인간관계가 쉽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일정 기간 이상 오래 하다 보니 뭘 노력하고 어떤 걸 포기해야 내가 원하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감이 오더라. 친해져도 함부로 기대감을 키우지 않아야 멀어져도 실망하지 않는다.

내 맘대로 되는 게 거의 없다. 내 몸 하나도 의지대로 못 움직이는데 상대의 마음이 내 뜻과 같길 바라면 지나친 욕심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인정한 후론 오히려 모든 면에서 여유가 생겼다. 좋은 인간관계의 바탕엔 그런 여유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