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뭐든 적당히 하라고 한다. 주위에만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고 나부터가 대부분 적당히 한다. 그렇게 해도 될 만큼 업무에 익숙하기도 하고 그게 뭐든 그리 독하게 하고 싶진 않다. 성실함이 부족한 건 아니다. 매일 정해진 일은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예전처럼 최고를 지향하거나 경쟁 업체를 반드시 누르겠다는 식의 투지만 없을 뿐 할 일은 제대로 한다.

이런 모습은 내 20대를 아는 지인이라면 사뭇 놀랄만한 변화다. 그 시절 나는 투쟁심이 전쟁을 치를 각오로 넘쳤고 뭐든 지기 싫어하고 목표한 바는 반드시 성취하려고 끝까지 매달렸다. 며칠을 계속 일만 하거나 밤새고 PT 나가는 건 흔한 일이었다. 타고난 강철 체력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몸이 고장 나기 시작했고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깨달았다.

구독 중인 크리에이터가 병으로 죽는 경험을 종종 한다. 다들 나이도 젊다. 그동안 콘텐츠를 통해 쌓은 내적 친밀감이 있는데 갑자기 가버리니 황망하기만 하다. 그들도 그 위치에 가기까지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을 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걸 못 지키니 모든 걸 다 잃었다. 건강을 포기하면서 얻어야 할 건 하나도 없지만, 건강은 잃기 전엔 그 소중함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