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상품을 생산하는 외주 공장에서 사고를 쳤다. 일전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또 했다. 사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공장 시설이 오래돼서 터지는 문제라 어느 정도 예상된 인재에 가깝다. 원래 내 성격대로라면 첫 번째 사고가 터졌을 때 공장을 바꿨을 텐데 요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물량을 빼면 공장 경영이 어렵다.

내가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니 동료들이 언제부터 외주사 걱정을 그리했냐며 핀잔을 준다. 파트너사가 사라질 수 있는 결정인데 내가 고민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게 더 충격이다. 한두 해 같이 일한 게 아닌데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있나. 사고가 터진 당일 기분이라면 이미 끝장을 냈을 텐데 화나면 쉬는 원칙 덕분에 서로 화를 면했다.

너무 화가 나면 반드시 다 멈추고 쉬는 습관이 있다. 지금은 습관이지만, 처음엔 원칙처럼 지켰다. 화날 때 욱해서 쏟아부으면 말실수를 하게 되고 그만큼 상처 주기 쉬우니까 그런 걸 피하려고 정한 원칙이다. 신기한 건 대다수 화는 하루가 아니라 몇 시간만 쉬어도 대부분 가라앉더라. 경솔한 행동을 피하고 싶다면 화날 땐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