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못 하는 건 남에게 뭘 부탁하는 거다. 신세 지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성향이라 뭐든 그냥 내 선에서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내 오랜 지인들도 내가 부탁하는 걸 경험한 일은 손에 꼽는다. 심지어 이건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평생 부모님께 뭔가를 사달라고 해본 적이 거의 없다.

타고난 물욕이 약한 편이지만,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은 게 없진 않았다. 먹고 싶은 걸 참으면서 절제력을 길렀고 가지고 싶은 걸 사기 위해 돈 버는 능력을 키웠다. 중학생 때부터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했고 덕분에 일찍부터 경제력을 쌓았다. 주체적으로 성장하는데 내 성격은 큰 도움이 됐다.

이것은 내 자립심을 키우고 강하게 성장하는데 밑바탕이 된 성향이다. 장점이라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단점이기도 하다. 남에게 부탁하지 않으면 관계를 맺기 어렵고 그러면 친해질 수도 없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후론 가벼운 부탁과 보상을 하는 연습을 자주 한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장점이 내가 더 성장할 가능성을 막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빠른 결단과 실행력은 독단적인 리더십이나 경솔함으로 변하기 쉽다. 하지만 세상이 계속 발전하듯 나도 매일 바꾸려고 노력한다. 익숙한 대로 살면 편하지만, 그런 식으로 늘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