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놓고 안 올린 글이 수천 편 있다. 만약 자동 예약 포스팅 시스템을 페이스북이 제공한다면 나는 죽어도 온라인에선 최소 몇 년은 더 살아 있을 수 있다. 딱히 시의성 있는 글을 잘 안 쓰니 맨날 에세이만 올려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

박신양 주연의 영화 ‘편지’에 이런 내러티브가 나온다. 주인공이 죽은 후에 다른 사람을 시켜서 연인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는 이야기다. 어릴 때 보면서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이에게 재밌는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흥미를 느꼈다.

이미 수천 편의 글을 남겼지만, 죽을 때쯤엔 수만 편이 될 수도 있다. 그 정도 되면 팔만대장경처럼 다 읽기도 어려운 분량일 거다. 나와 추억이 있는 누구든 내가 써놓은 글을 필요할 때마다 검색해서 읽을 수 있다면 그게 곧 편지가 아닐까 싶다.

베프가 고민 있을 때마다 머니맨 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해 본다고 했다. 그냥 나한테 직접 묻지 그게 뭔 짓이냐고 하니까 키워드로 찾아서 읽어 보면 궁금한 건 웬만하면 거의 있다고 한다. 내 글은 나보다 최소 몇십 년은 더 오래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