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작가가 처음 부르는 가격보다 2배 이상 돈을 더 주고 일을 맡긴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시세를 파괴하고 웃돈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단 그 친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태도나 대화 방법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앞으로도 내 일을 제일 먼저 처리해 주길 원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미술품을 항상 고가로 매입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미술상들이 제일 먼저 찾는 클라이언트였다고 한다. 나는 내가 값을 후하게 쳐주면 다른 고객과 확실히 차별화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 비용 자체가 그 친구 실력에 비하면 안 비싸기도 했고.

사실 가장 큰 목적은 친해지고 싶어서 쓴 돈이다. 작가들은 항상 인정 욕구에 목마름이 있고 늘 본인 가치보다 시장의 평가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나처럼 자기 실력을 돈으로 높게 평가해 주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호감이 안 생길 수 없다. 그래서 최종 결과는 어찌 됐을까?

그 친구는 현재 우리 회사에서 일한다. 벌써 5년도 넘었다. 프리랜서 생활만 고집하던 작가이고 평생 취직은 생각도 안 해봤다는데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돈으론 신뢰나 믿음 같은 감정을 살 수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건 그 돈을 어떻게 쓰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