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처음 부른 가격보다 2배 이상 돈을 더 주고 일을 맡긴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시세를 파괴하고 웃돈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단 그 친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태도나 대화 방법이 마음에 들었고 앞으로도 내 일을 먼저 처리해 주길 원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미술품을 항상 고가로 매입했다고 한다. 덕분에 미술상이 항상 먼저 찾는 클라이언트가 됐다. 값을 후하게 쳐주면 다른 고객과 확실히 차별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비용 자체가 작가 실력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 부담이 없었다.

돈을 더 준 가장 큰 목적은 친해지고 싶어서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 욕구에 목마름이 있고 대부분 본인 가치보다 시장의 평가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나처럼 높게 평가해 주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호감이 안 생길 수 없다.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그 친구는 현재 우리 회사에서 일한다. 프리랜서 생활만 고집하며 평생 취직은 생각도 안 해봤다는데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돈으론 신뢰나 믿음 같은 걸 살 수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돈을 제대로 쓸 줄 몰라서 하는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