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선 타조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타조가 천적을 만나면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행동을 빗대서 생겨난 말이다. 고난이 닥쳤을 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현실 부정을 하거나 도망가서 큰 고초를 겪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실 타조는 체온을 조절하려고 쉬는 것인데 좀 억울한 오해이긴 하다.

그런데 진짜로 타조가 무서워서 땅속에 머리를 박았다고 한들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그렇게 해서 잡아먹히는 것도 그 타조의 팔자인 것을. 동물의 왕국을 보면 선악은 없고 모든 건 각자의 본능대로 자연의 질서를 따르고 있다는 느낌만 받을 뿐이다. 인간사도 이런 운명론을 피할 수 있을까?

운명론 관점의 세계관을 싫어하는 이들은 운명론이 노력의 가치를 부정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어떤 운명론자도 자기 인생을 일부러 망하게 하지 않는다. 우리 유전자는 실패를 원하지 않고 항상 가장 좋은 선택을 한다. 그런데도 결과가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건 그게 바로 우주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진인사대천명에서 중요시한 건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내 태도가 아니다. 그렇게 노력한 후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는 후자에 큰 방점이 있었다. 이게 정말로 힘들었고 사실 지금도 잘 안 되는 부분이다. 노력보다 포기가 늘 더 어렵다. 노력은 내 의지이지만, 포기는 하늘의 뜻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