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무의미한 노력이 없는 이유
책을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면 그건 독서를 한 것일까 안 한 것일까? 최근에 코로나 핑계로 몇 달 운동을 쉬었더니 근지구력이 확 떨어졌다. 중간에 몇 년 쉬긴 했지만, 그래도 반평생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사람인데 고작 몇 개월 운동 안 했다고 턱걸이 가능 개수가 1/3로 줄다니. 몇 달 만에 운동 수행 능력이 이렇게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좀 허무하다.
운동을 오래 했어도 몇 달 쉬면 이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삶 자체가 사실 다 이런 식 아닌가. 십수 년을 친하게 지냈어도 몇 개월 안 보면 소원해지는 것처럼 몸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평생 반복해 읽은 책도 안 읽으면 내용의 상당 부분을 잊기도 한다. 예전에 열심히 했다고 지금도 괜찮은 건 아니다. 망각은 생존 장치다. 건강하다면 잘 작동하는 게 정상이다.
소중한 건 그게 뭐든 죽을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시지프스 신화 이야기는 인간의 운명에 관한 메타포다. 잠깐만 쉬어도 근육이 빠질 걸 알지만, 운동은 오늘도 성실히 해야 한다. 지겨워도 매일 할 일을 해야 지금 가진 걸 유지할 수 있다. 책 내용은 잊었어도 책을 열심히 읽었다면 독서 능력은 남아있고 그러면 지식은 또다시 채울 수 있다. 어떤 노력도 의미 없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