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힘들다는 하소연이 의미 없는 이유
대한민국에서 무엇 무엇으로 산다는 것. 이런 주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그걸로 사는 게 얼마나 불합리하고 힘든 것인지를 다루는 식인데 세상에 고통스럽지 않은 존재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어머니로 산다는 것. 뭐 이런 걸 두고 책을 쓰면 누구나 분량 채우는 건 일도 아니다.
근데 남자로 산다는 것. 아버지로 산다는 것. 이런 건 쓸 내용 없을 것 같나. 육아의 고통만큼이나 가장의 무게도 가볍지 않다. 한쪽만 특별히 더 힘든 게 아니라 우리 모두 고통스럽고 다 같이 해결할 문제다. 하지만 접근 자체를 그렇게 하면 하소연만 하다가 끝나기 때문에 선호하는 스토리텔링이 아니다.
신은 누구도 쉽게 살게 놔두지 않는다. 풍족하면 나태함에 빠지기 쉽고 건강하면 건강 관리에 게으르다. 결혼하면 사생활이 없지만, 혼자 살면 외롭다. 한 길을 선택하면 반대편 길은 갈 수 없는 게 인간의 운명이라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삶은 없다. 힘들다는 하소연이 공감받기 쉬우면서도 별 의미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