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인맥에 대해서 평소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도 그분들 이름을 팔고 싶지 않고 나르시시스트라서 그런지 남 얘기하는 데 시간 쓰고 싶지 않다. 칭찬은 종종 하지만 욕이나 비난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비판은 시사 뉴스에 나올 만큼의 공인이나 유명인이 아니면 언급 자체를 안 하는 편이다.

싫어하는 상대는 오프라인에선 당연히 만나지 않고 온라인에선 다 차단이라 기억에서 금방 잊힌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은 의형제로 지내던 하정우한테 죽도록 얻어맞는다. 그런데 그렇게 된 이유를 맞는 동안엔 전혀 모른다. 최민식이 하정우 이름을 팔고 거들먹거려서 그랬다는 걸 관객만 알 뿐이다.

어릴 땐 그게 그렇게 죽을죄인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깨달음이 왔다. 처세 측면에서 큰 도움을 준 영화다. 어떤 식으로도 말 옮기고 다니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실 인맥이라는 게 회사 동료들 말곤 딱히 믿을 게 없다. 그조차도 같이 일할 때만 유효하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건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철학적 의미에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런 식으로 살라는 거다. 스스로 문제를 헤쳐나가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홀로 극복할 각오를 하고. 자유는 그렇게 자기 힘으로 우뚝 선 존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건 나쁜 게 아니고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