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20대가 되면 성장을 멈춘다. 성장이 끝난 후엔 노화가 시작되고 그때부턴 매일 사는 게 끝에 점점 가까워진다. 나이 들수록 외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도 계속 떨어진다. 그나마 기능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30대까진 젊음을 즐길 수 있지만, 일정 시기를 넘어가게 되면 몸 전체가 수시로 고장 난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해 바뀌는 걸 걱정하게 된다. 단순히 늙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늙어서 잃게 되는 것이 두렵다. 인생의 내리막길만 남은 감정을 매일 느끼는 게 노화다. 어릴 땐 어른들이 늙는 걸 왜 그렇게 걱정했는지 몰랐는데 내가 그 나이가 되니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올해는 일에서 특별한 성취가 없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가장 발전 있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얻은 건 하나뿐인데도 만족스럽다. 일하느라 바쁘게 살지 말고 사람 만나느라 바쁘게 살고 싶다. 그런 거 쓸데없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데 다른 건 더 쓸데없다. 좋은 추억을 많이 남기는 것 자체가 인생을 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