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을 때마다 한계에 도전합니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관련 인터뷰를 보는데 감독 마인드가 참 경탄스럽다. 이미 정점에 오른 거장이 현재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다니. ‘어떻게 이런 작품을?!’ 놀란 감독의 신작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인데 위대한 창작자와 같은 시대를 사는 게 새삼 고맙다.

이런 거장조차 늘 타성을 타파하려 노력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나 같은 필부가 잃을 게 뭐가 있다고 항상 지키려고만 하는지 반성이 된다. 괜히 뭘 바꿨다가 결과가 안 좋을까 두려워 평소 하던 대로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일만 그런 게 아니라 이런 태도와 관성이 일상을 지배해 인생 전체가 점점 더 소극적인 방향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요샌 알렉산더 대왕이나 칭기즈 칸 같은 위대한 정복자들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다. 대륙을 평정한 도전에서 얻는 용기나 영감이 적지 않다. 평범하게 사는 게 싫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어려운 목표를 정하고 그걸 극복하는 것 자체를 신조로 삼고 싶다. 전쟁하는 것도 아니고 인생을 건 작품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두려워할 일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