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는 선거로 뽑혔다. 세계 전쟁사를 공부하다가 알고 놀랐던 부분이다. 왜 당연히 쿠데타 같은 것으로 집권했을 거라고 착각했을까? 독일 국민 스스로 자기 자유를 없애는 선택을 했을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집권한 합법적인 정권이었다. 인간은 자기 손으로 본인 목을 조르는 선택도 쉽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당시에 고가의 임대료를 내며 사무실을 쓰던 나에게 자유를 준 깨달음이었다. 비싼 사무실을 구하니까 굳이 출근 안 해도 되는 날에도 맨날 나와서 일하고 있더라. 누구도 그런 사무실을 구하라고 한 적 없는데 무슨 허세가 있었는지 우리 분수에 안 맞는 곳을 골랐다. 요즘도 그때 썼던 포스팅이 종종 페이스북에 뜨는데 지우고 싶은 흑역사다.

재택근무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니 이동에 큰 자유가 생겼다. 비슷한 맥락에서 물건을 함부로 소유하는 걸 안 좋아하는데 그런 게 자꾸 나를 구속하는 느낌이 들어서다. 내 소비가 내 자유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쉽게 안 쓰는 성향으로 변한다. 이 가치관 변화가 소비 습관을 검소하게 통째로 바꿔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