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상품 하나가 프린팅이 잘못 찍혀 나왔다. 미세하게 어긋난 거라서 자세히 보거나 제작자가 아니면 불량을 알기 어렵다. 공장도 이 정도 오차는 손해 배상 범위가 아니다. 폐기하고 다시 만들면 손해를 우리가 다 감수해야 하는 상황. 며칠 고민하다가 결국 재생산했다.

내가 무시하고 넘어갔으면 적지 않은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굿즈 상품 특성상 작은 흠집도 신경 쓰는 컬렉터들 성향을 고려해 새로 만들었다. 나도 수집을 해봤기에 양품이 아닐 때 속상함을 잘 안다. 수집품은 아주 작은 흠이어도 그게 너무 크게 느껴지기 쉽다.

사업이 어려운 건 이런 미묘하게 어려운 판단과 대처를 항상 빠르게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건 어떤 결정이 더 옳은지 알 수 없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불량 무시하고 그냥 파는 게 더 적절한 판단이었을 수 있다. 다만 그건 내 판매 원칙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

원칙을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전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알지 못한다. 많은 돈과 시간이 걸린 결정을 앞두면 원칙과 타협하고 싶은 유혹이 엄청나다. 이런 게 내가 백면서생들 글에 관심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즈니스는 직접 시험대에 오르기 전엔 알 수 없는 게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