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정신승리 같지만, 인생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업이 평온할 땐 자꾸 딴 곳에 눈을 돌려서 쓸데없는 걸 하게 되는데 위기 상황엔 오직 본업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것은 일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에서 좋은 기회다. 진짜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게 뭔지 깨닫는 시간이다.

나는 남한테 관심이 적고 마당발도 아니어서 인사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예전엔 사는 게 심심했는지 주위 지인들 채용에 너무 가볍게 관여했다. 고용인이나 피고용인 모두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영업 같은 것도 도와주곤 했는데 결과를 떠나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외부 활동을 줄이고 내 본업에 집중하니 오지랖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선의로 남을 돕는 것도 좋은 행동이 아닐 수 있음을 배웠다. 내가 돕지 않아도 되는 데 나서면 오히려 나 말고 더 적합한 사람에게 도움받을 기회를 뺏는 것일 수 있다. 선한 의지만큼 능력도 있어야 남을 도울 자격도 있다.

요샌 오지랖 본능이 올라올 때마다 떠올린다. 현재 내 앞가림을 잘하고 있는지. 내가 감히 남 인생에 관여할 자격이 있는지. 이런 생각을 하니까 쓸데없이 충고하고 내 자리가 아닌 곳에 함부로 가지 않게 된다. 지금 사는 게 피곤하다면 스스로 소음을 일으키는 나쁜 습관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