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와 결혼하기’라는 드라마가 있다. 고수와 김현주가 주연한 오래전 드라마인데 막 성인이 됐을 무렵 봤던 드라마라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프로그램 제작사에서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라는 주제로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거기에 고수가 가짜 백만장자로 나오고 김현주가 고수가 돈이 없는 걸 알아도 진짜 사랑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내용이다.

당시엔 어린 마음에 제작진이 철학이 없다며 한탄했다. 부자의 매력은 단순히 재력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부를 쌓거나 누리는 과정에서 몸에 밴 매너와 경험 같은 게 핵심인데 여기는 그게 아닌 거다. 부자를 단순히 돈만 많은 존재처럼 묘사하는 게 불만이었다. 실제로 나도 성장하면서 돈을 벌고 부자를 만나며 느낀 건 돈은 부자의 매력에서 부차적이라는 거다.

사실 이성을 볼 때 돈 하나만 보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만약 그 조건 하나만 본다면 그건 노예 마인드와 다름없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높은 등수가 그 학생의 전부가 아니다. 그 성적을 얻기까지 보여준 성실함 등 다른 요소가 훨씬 중요하다. 성적은 그런 요소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돈은 돈 그 자체보다 그걸 벌고 지키는 과정에서 쌓는 지식과 경험이 돈보다 훨씬 매력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