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즐거울 일이 별로 없다. 특히 설렘은 최고로 비싼 감정이 된다. 뭔가가 기대돼 두근거림을 느끼는 일은 손에 꼽는다. 어릴 땐 자주 경험하던 감정이 아저씨가 되니 너무 특별해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기억할 수 있는 시간만 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추억할 수 있는 뭔가를 계속 시도하는 편이다.

바빠서 그런 게 없는 달은 한 달 내내 뭐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에 안 남기 일쑤다. 쳇바퀴 돌듯 매일 같은 일상만 반복하면 기억에 남는 날이 없다. 최근엔 이런 하루만 계속 반복했더니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 기분이다. 뭔가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딱히 뭘 한 것 같은 느낌이 안 든다. 회사 매출이 조금 늘어난 게 전부다.

바빠도 매일 영화를 보려고 노력 중이다. 영화를 본 날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날 어땠는지 기억난다. 영화로 하루를 기억한다는 게 좀 우습지만, 이렇게라도 일상을 길게 추억하고 싶다.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줄었다고 씁쓸해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런 걸 찾겠다.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