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를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먼저 적대감을 드러내는 건 어떤 면에서도 안 좋다. 상대가 주적 수준의 명백한 경쟁 상대가 아니고서야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해서 좋을 게 없다. 정말 싫어서 괴롭혀 주고 싶더라도 겉으론 일단 숨기는 게 낫고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무시하는 거다. 강한 불쾌감이 드는 상대는 최대한 피하고 사는 게 최선이다.

학창 시절에 일진이니 뭐니 해서 함부로 남 괴롭히는 애들은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모른다. 어떤 식으로든 그 죗값 다 돌아오기 마련인데 나쁜 업보를 너무 쉽게 쌓는다. 지금 힘없다고 평생 허약하란 법 있나. 원한이 어떤 형태의 보복으로 돌아올지 모르는데 겁 없이 사람을 괴롭히고 적을 많이 만든다. 경솔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런 식으로 적을 만드는 건 처세의 기본이 안 된 행동이다. 자신감 있게 적극적으로 표현해도 좋은 건 호감밖에 없다.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면 평생 피곤한 일이 계속 생긴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적은 정말 위험한 적이다.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스스로 혀를 자를 만큼 사죄한 이유는 어릴 때 경솔하게 했던 말실수 한 마디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