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소설가 김영하 작가는 마흔 넘게 살아보니 친구에게 시간을 덜 썼다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거라며 젊을 때 인간관계에 쓴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를 맞춰주기보단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음악이나 더 들을 걸 후회한단다. 어차피 멀어질 관계에 쓴 시간이 아깝다며 친구에 연연하지 말라는 조언을 남겼다.

자기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더 풍요롭게 하라는 말은 공감한다. 하지만 그게 친구 만나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해야 할 일인진 잘 모르겠다. 자기계발과 인간관계 둘 다 중요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내 기준에선 사람 만나는 시간이 더 재밌고 가치 있는 시간이다. 여기에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꼭 끝까지 남는 관계만 의미 있는 인간관계일까?

오늘 만남이 끝인 사이일지라도 그 순간이 즐거울 수 있다면 내 시간과 돈을 쓸 거다. 조금이라도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면 어떤 것도 아깝지 않다. 인연이 끝나서 떠난다면 그 자리에 새로운 인연을 채우면 된다. 섭섭함이나 허무함을 느낄 필요 없다. 친하게 지내는 동안 즐거웠다면 그보다 가치 있는 보상이 있을까? 인간관계의 즐거움은 끝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