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기업은 때가 되면 망한다. 수십 년 넘게 살아남아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은 극소수이고 본인이 여기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다. 다들 잘하는 거 같아도 때 되면 망하더라. 국내에서 디자인 에이전시 하던 시절에 알게 된 대표님들 근황을 알게 됐는데 그리 좋지가 않다. 많이 배우고 존경하는 분들인데 대부분 10년을 못 넘긴다.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다. 돈이 없는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이 망가져서이고. 비즈니스 모델이 망가지는 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다. 나도 창업하고 7년이 좀 넘는 기간 동안 메인 아이템을 무려 3번이나 바꿨다. 2~3년에 한 번씩은 싹 다 엎은 셈이다. 매번 아이템 전환에 성공해서 지금 이렇게 살아남았지만, 앞으로 어떨진 나도 모른다.

롤모델이던 분이 망하는 걸 보고 있으면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 어떻게 하면 오래 갈지가 사업에서 최대 화두가 된 이후론 리스크 관리를 병적으로 열심히 한다. 뭔가 사고가 터질만한 요소를 전부 나열한 다음 어떻게 대처할지 다음 계획을 미리 짜뒀다. 최대 1년까지 매출이 전혀 나오지 않아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놨다.

이러고도 망하면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실력 문제이니 미련 없이 접기로 했다. 요새 휴일에도 계속 일하는 건 이러면 마음이 좀 더 편해서다. 일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종종 드는데 가끔은 이런 상황 자체가 숨이 막힌다. 이 상태로 몇 달 더 일하면 내가 방전될 것 같아 이래저래 마음의 안식을 찾는 중이다. 인생도 사업도 끝날 때까진 매일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