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직원들이 무슨 실수를 어떤 식으로 할지. 그런데도 단순 주의만 주고 넘어갔다면 나도 그 일에 큰 책임이 있다. 건망증 있는 애인에게 우산 가지고 나오라고 말하는 건 어떤가. 상대가 뻔히 안 가지고 나올 게 예상된다면 그냥 내가 하나 더 챙기는 게 현명한 판단이다. 이게 최선의 대응책인데 자꾸 헛된 기대로 일을 망친다.

독서 모임을 운영해 보면 안다. 독서 모임이라고 해도 책을 다 읽고 나오는 이가 별로 없다는 걸. 특히 그 책이 어렵고 두껍다면 더 말할 필요 없다. 그래서 독서 모임의 리더는 다들 책을 제대로 안 읽고 왔을 때 어떻게 진행할지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이걸 두고 왜 안 읽고 왔냐고 투정을 부리면서 적절한 대응을 못 한다면 그건 프로답지 못하다.

나는 남을 바꿀 수 없고 오직 나 자신만 바꿀 수 있다. 이건 진리에 가까운데 자꾸 이걸 잊고 무리한 기대를 품는다. 혹시 상대가 알아서 바뀌지 않을까. 내 예상보다 더 잘해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심이야 가질 수 있지만, 준비는 항상 가장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나 이외의 존재에게 함부로 바라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