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좀 지나치게 바쁘게 산다. 열심히 사는 건 늘 좋은 일이지만, 그게 무리한 수준이면 현타가 자주 오기 때문에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살짝 업무 압박이 있지만, 주말은 최대한 일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주말마저 일하면 일주일 동안 뭐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매달 넷플릭스에 돈은 내는데 몇 달간 본 작품이 몇 개 없다.

시간이 없다기보단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에 가깝다. 책도 눈에 잘 안 들어와 사놓고 안 읽은 책이 산더미다. 이럴 때 할 만한 거라곤 운동이랑 휴식뿐이다. 오늘은 그 두 개만 온종일 반복하면서 시간을 다 보냈다. 어릴 땐 이 나이쯤에 이런 고민 하며 살 줄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어느 시기가 되니 자연스럽게 계속 고민하게 된다.

얼마를 벌면 은퇴할 거라던 지인은 그 돈 다 벌고도 여전히 열심히 일한다. 벌어 보니 깨달은 거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어떻게 살면 행복할 거라 떠올렸던 나는 그걸 이뤄 내고도 여전히 심란하게 산다. 그런 게 내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걸 타협해야 한다. 그게 마음의 여유를 찾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