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초대형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이미 생산된 상품을 전량 회수해 폐기할 만큼 큰 사고라 아무리 비용을 낮게 잡아도 자동차 한 대 값은 날아간 상황. 애들 성격이 날 닮아서 다들 뻔뻔한 편인데도 석고대죄를 하더라. 하지만 간단한 주의만 주고 넘어갔다. 그런 중요한 걸 남한테만 맡겨둔 내 잘못이 더 컸고 잘못된 검수 시스템 설계자가 나니까 내 책임이 훨씬 커서다.

하지만 동료들은 이걸 두고 내가 뭔가 대단한 리더십을 보여준 것으로 기억했다. 듣기론 다른 파트너사 가서도 이걸 두고 크게 칭송했다고 하니 뭔가 특별한 배포로 보였나 보다. 나는 내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서 조용히 넘어간 건데 본의 아니게 통이 큰 사장이 돼버렸다. 사실 작은 실수는 개인 잘못이 대부분이지만, 회사를 흔드는 큰 사고는 회사 시스템 자체가 잘못된 거다.

사업이 더 커진 상태였다면 수억 날릴 문제였는데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큰 사고를 수습할 때마다 그다음 분기 매출이 터져서 손해를 다 메꾸는 편이다. 조직에 각성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수습 가능한 수준의 사고는 그리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낙관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는 건 정신승리하라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 발전하라는 의미다.